격랑의 바다


끝없이 넓은 도화지에 흰색과 붉은색 그리고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수평선 끝자락에 여인의 치마처럼 두른 붉은빛 띠가 은은한 자태로 수를
놓고 있다.



바다 표면에서 금방 떠오른 듯한 해는 거리낌 없이 제 모습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있다 낮의 왕자인 양 달을 밀어내고 그 붉은빛을 바닷속으로
깊이 꿰뚫듯이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 빛의 광선은 너무나 눈부셔 정면
으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이며. 시계방향으로 회전할 듯이 붉은빛의
스펙트럼을 터뜨리고 있다.

수평선과 금방이라도 닿을 듯이 막 떠오른 해 주변으로 희뿌연 구름이
태양의 배경무대처럼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다. 배경무대 구름은 층층이
이어지고 가벼운 구름과 무거운 구름이 뒤섞여 절묘하고 기기 묘한 바다
산맥처럼 늘어져 있다.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늦가을 바다의 울부짖는 포효가 길게 이어진다.
굶주린 늑대처럼 이글거리는 파도는 갯바위를 넘는다. 멀리서 물결 치는
파도는 산더미처럼 몰려온다. 갯바위를 넘어 방파제와 부딪치며 포악한
사자처럼 울부짖는다

오늘같이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에 바다에는 인적이 없다. 오직 바다만이
제 세상이다. 망망대해에 파도가 쓸고 간 쓰레기가 쇠끼줄처럼 길게
띄엄띄엄 이어져 있다. 먼바다에서 몰려오는 거센 파도는 삼겹살 두께보다
몇 배나 더 두껍게 무장하고 단단히 벼르는 듯 각을 이루며 갯바위를 넘고
방파제를 넘으며 육지로 몰려온다.

바다 가까이 있는 이물질을 모두 삼킬 듯 다가오는 거센 파도의 소용돌이에
바다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인간의 자로 측정할 수 없다.

격랑의 바닷속에 파도는 갯바위와 부딪치며 부서지고, 넘치는 에너지로 공중
에서 흰 구슬을 만들어 알알이 떨어지는 광경은 장관이다. 물결 치며 바닷가
에 격렬하게 부서지고 지그재그로 그려지는 희뿌연 물거품은 백옥처럼 아름
답고 깨끗하다.

가까운 바다는 요란을 떠는 자식처럼 더 파고가 높고, 먼바다는 깊은 가슴을
지닌 어머니처럼 온 세상을 평정할 듯 태평하게 흐른다.

2009.11.14 영덕 대탄-강구 앞 바다

by 노루새끼 | 2009/11/14 16:27 | 인터넷powerlett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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